애플은 개인정보에 대해 이렇게 생각합니다

May 27, 2021 · 6 mins read

애플프라이버시

애플이 사용자 개인정보를 다루는 태도는 유명합니다. 2015년 미국 연방수사국(Federal Bureau of Investigation, 이하 FBI)은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 테러 사건 용의자, 사에드 파룩의 아이폰 잠금 해제를 요청했지만, 애플은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이어진 소송에서 애플이 아이폰을 만들었을 뿐 그 안에 저장된 데이터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입장을 법원에 제출했죠. 이후 비슷한 사건에서 FBI가 범죄자나 용의자의 아이폰 정보를 해킹해달라는 요청 역시 거절했습니다.

앱스토어

국가안보, 사생활, 기업 윤리 등 여러 논의와 논란의 중심에 선 사건이지만 일관적인 애플의 대처는 계속해서 이슈가 되면서 ‘애플은 고객정보를 유출하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폰의 보안은 강력하다’는 대중의 인식이 단단해졌습니다.

애플이 이번에는 개인정보에 대해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바로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이하 ATT)’인데요. 애플의 새로운 운영체제 iOS 14.5가 업데이트되는 4월 27일 이후 2개의 영상을 업로드 해 ATT에 관한 이야기를 건넵니다. 첫 번째 영상의 제목은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 두 번째는 ‘추적(Tracked)’입니다.

먼저 친절한 첫 번째 영상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을 보면서 앱 추적에 대해 잠시 살펴보고 넘어가죠.

정보를 점과 선으로 표현해 앱 추적 개념을 쉽게 전달하는 방법이나 사용자의 데이터를 모아 만든 ‘디지털 프로필’이 데이터(선)가 합쳐진 지문으로 표현한 장면은 정말이지 감탄이 절로 나오네요. 작은 디지털 정보의 합이 곧 개인정보라는 개념이 직관적으로 다가옵니다.

영상1

영상에서 말했듯, 앱 추적이 곧 해킹과 같은 범죄는 아닙니다. 앞서 첫 번째 영상에서 말했듯 앱이 사용자의 정보를 추적(Tracking)하는 일차적인 목적은 ‘사용자에게 앱의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앱을 통해 추적한 나이, 위치, 건강정보, 소비습관, 검색목록 등은 사용자의 달리기 코스를 기록하고, 사진에 태그를 달거나, 가까운 매장에서 할인을 받게 해주는데 쓰이죠. 사용자는 앱을 통해 유형, 혹은 무형의 혜택을 받고 서비스 제공자는 앱을 통해 받은 사용자 정보를 통해 서비스를 더 알리거나 나아지게 만들 기회를 얻습니다. 서로 윈윈(win-win)하는 구조죠.

광고주는 사용자의 행동 정보가 묻어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비 구매자들에게 광고를 매칭하기도 합니다. 무료 앱의 경우 이런 맞춤형 광고 수익으로 운영되기도 하고요.

노트북사용자

문제는 앱이 필요 이상의 정보를 가져갈 때 생깁니다. 2013년에는 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에서 무려 전 세계 1억 명이 다운받은 무료 손전등 앱 ‘브라이티스트 플래시라이트 프리(Brightest Flashlight Free)’가 사용자 정보를 불법으로 수집하고 유출한 사건이 일어났죠.

앱이 스마트폰의 플래시를 작동하기 위해서는 스마트폰 카메라 접근 권한 정도만 필요했겠지만 실제로는 고객의 상세한 위치정보 등을 ‘동의 없이’ 가져가 유출해 큰 이슈가 되었습니다. 이후 앱이 스마트폰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에 대한 기준이 점차 강화되었습니다. 앱이 사용자에게 선택권을 명확하게 고지해야 한다는 인식과 기준이 높아진 사건 중 하나입니다.

2021년 5월 21일, 애플이 개인정보와 관련해 공개한 두 번째 영상, ‘추적(Tracked)’은 사용자가 개인정보 공개 범위 선택권이 없을 경우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경각심을 일깨웁니다. 일상에서 쉽게 와닿지 않는 상황을 일종의 역할극을 통해 보여주죠.

Tracked 01

영상을 장면별로 살펴볼까요? 이야기는 한 남자가 커피숍에서 커피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바리스타가 고객의 이름 ‘펠릭스’를 외칩니다(조금 생소한 장면일 수 있지만, 미국 스타벅스 매장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입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실명 대신 미리 등록한 닉네임을 부르는 ‘콜마이네임’ 서비스로 바꾸어 국내 매장에 적용했죠).

Tracked 02

커피를 건넨 후 갑자기 펠릭스를 쫓아가는 바리스타. 택시도 같이 탑니다. 게다가 택시기사는 뜬금없이 목적지가 아닌 이름과 생년월일을 묻습니다. 대답은 바리스타가 하죠. 이후 불편한 상황이 줄지어 일어납니다.

Tracked 03

택시가 이동하는 동안 누군가 오토바이를 타고 펠릭스의 현재 위치를 추적하고, 택시에서 내리자 기사는 누군가에게 수상한 서류를 건넵니다. 자산 관리사로 보이는 여성은 지난달 거래내역을 회의 발표 자료처럼 여기저기 나눠주죠.

Tracked 04

Tracked 05

몰상식한 사람은 하나씩 늘어 마지막에는 수백 명이 줄지어 펠릭스를 집요하게 쫓아갑니다. 집 안까지 들어가 엉망으로 만들며 개인정보를 뒤적거리기까지 하네요.

Tracked 06

아이폰 화면에 뜬 ‘앱에 추적 금지 요청’ 버튼을 누르자 펠릭스를 괴롭히던 사람들은 펑!하고 사라집니다.

Tracked 07

펠릭스를 쫓아다니는 사람들은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앱을 의미합니다. 누군가 내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에 약간 소름이 돋았습니다. 영상을 본 후 핸드폰에 설치한 앱과 서비스가 몇 개나 되는지 세어보게 되더군요.

‘누군가 내 정보를 볼 수 있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은 쉽게 와닿지 않기 마련인데 애플은 그 ‘누군가’를 눈에 직접 보이게 만들어 공감을 끌어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개인정보를 마구 가져가는 앱들을 개인 공간을 침해하는 누군가로 치환해 아이폰의 앱 추적 금지요청 기능을 더욱 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로도 활용했고요.

등장인물의 배치 역시 눈여겨볼 만 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사람이 타인과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거리는 1m 정도입니다. 사회·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실제로 일정거리 이상 가까워지면 위협을 느낍니다. 뇌에서 공포 및 불안에 대한 학습 및 기억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되지요.

영상에서 앱을 상징하는 사람들은 그 간격을 깡그리 무시합니다. 사생활의 마지막 보루인 집안까지 마구 뒤지면서요. 내 것이 침해당한다는 불쾌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설정인 셈이죠.

앞서 FBI의 아이폰 해킹 요청 이슈에서 그랬듯 애플의 ‘사용자의 데이터는 사용자의 소유’라는 생각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앱의 요청을 받을 경우 공유의 범위를 명확하게 알고 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역시 데이터의 주인인 사용자에게 맡기는 기능이 ATT입니다.

iphone image 1

애플은 두 영상을 통해 느낌표와 물음표를 던졌습니다. 앱 사용자는 ‘개인 정보 보안에 대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다짐을 하고 있을테고, 이에 맞춰 앱 제공자는 ‘사용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으면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라는 질문을 던져야 할 겁니다.

개인정보는 개인의 것. 어찌보면 당연한 말을 당연하게 만드는 애플의 문법이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냥 아이폰 유저에서 애플의 팬으로 한 계단 더 오른 기분이 듭니다.


Next Post
comments powered by Disq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