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의 좌우명, JUST DO IT
나이키 하면 어떤 문구가 떠오르시나요? 아마도 ‘JUST DO IT!’ 이 카피일 겁니다. 3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은 너무나 유명하죠.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스포츠 브랜드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슬로건이기도 합니다. 이 문장이 처음 등장한 것은 1988년 TV 광고입니다. 영상을 먼저 살펴볼까요?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 위, 한 노인이 아침 해를 받으며 달리고 있습니다. 노인의 이름은 월터 스택. 총 길이 2,789m의 다리 위라니. 꽤 긴 거리를 달리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찰나, 월터 스택은 말하죠 “저는 매일 아침 70마일을 달립니다(I run 17 miles every morning).” 17마일? 미터로 환산하면 약 27.3km에 달하는 거리입니다. 하프마라톤(21.915km)보다 5km를 더 달려야 하는 긴 코스네요.
주변에 인사하고 농담까지 건네는 여유를 보여줍니다. “사람들이 겨울에 이가 딱딱 부딪힐만큼 춥지 않냐고 물을 땐 사물함에 두고 다닌다고 대답합니다(People ask me how I keep my teeth from chattering in the wintertime, I leave ‘em in my locker)” 도전 과정을 즐기는 모습에는 감탄이 나옵니다.
이 캠페인을 통해 나이키는 1988년부터 1998년까지 북미 스포츠 신발 사업의 점유율을 18%에서 43% 까지 올려 놓습니다. 전 세계 매출은 8억7,700 만달러에서 92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엄청난 성공이죠.
나이키는 JUST DO IT 캠페인을 대상을 모든 미국인으로 생각하고 진행했습니다. 제품을 착용하는데 나이나 성별, 운동을 잘하는지 여부는 중요하지 않았죠. 단순한 운동복 이상의 의미를 부여해왔고, 수많은 팬을 보유하고 있죠. 지금은 글로벌기업답게 전 세계 모든 사람을 대상으로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JUST DO IT 문구가 넓은 범위 인구를 아우르는 만큼 지난 33년간 다양한 형태로 사용되었습니다. 도전, 페어플레이, 성취 등 스포츠 정신을 경기장 안에만 머무르게 하지 않고 더 넓은 세계관으로 확장합니다. 차별과 편견 이슈를 말하는데도 적극적입니다. 이 슬로건을 빼고 지금의 나이키를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새로운 제안, PLAY NEW
그런데 최근 나이키는 JUST DO IT을 뺀 캠페인을 슬로건을 들고 왔습니다. 바로 ‘PLAY NEW’입니다. 미국 독립 광고 대행사 와이든+케네디가 진행한 캠페인으로 새로운 방식으로 스포츠를 발견하도록 응원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그동안 나이키의 영상에는 성공의 순간이 많이 담겼습니다. 멈추지 않을 것, 포기하지 않고 목표를 이루어내는 끈기와 땀을 강조했죠. 그런 모습은 스포츠 정신에도 걸맞고 나이키라는 브랜드의 모습을 한층 더 멋지게 그려주었습니다.
하지만 Play New 영상에는 실패하는 장면을 가득 담았습니다. 링 위에서는 얻어맞고, 보드 위에서는 넘어집니다. 공을 힘껏 굴려보지만, 볼링핀은커녕 거터에 쏙 빠져버리네요. 하지만 다들 즐거워 보이네요. 지금까지 해보지 않았던 무엇이라도 해보는 것. 비록 실패하더라도 실패가 아니라는 말을 건넵니다. 실패가 한층 유쾌하고 가볍게 느껴지네요.
영상에는 국내에서는 조금 낯설 수 있는 스포츠 스타들도 등장합니다. 단거리 육상선수 디나 아셔 스미스(Dina Asher-Smith)는 골프채로 헛스윙을 날리고,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사브리나 이오네스쿠(Sabrina Ionescu)는 테니스 코트에서 허우적댑니다, 패럴림픽 메달리스트 블레이크 리퍼(Blake Leeper)도 야구 배트를 휘두르지만 공에 닿기에는 너무 머네요. 가수이자 댄서 로살리아(Rosalía)의 균형감각은 양궁을 할 때는 큰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도 새로운 도전에서는 서툽니다. 초보와 다름없죠. 저 역시 따로 해설을 보지 않았더라면 그냥 운동 못 하는 일반인으로 알았을지도 모릅니다. 서툰 스포츠 스타의 모습이 새로운 도전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다는 메시지에 신뢰와 활기를 더해줍니다.
순간의 성공을 위해 끈기있게 노력하는 모습이 스포츠라는 장르에 가진 우리의 편견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러한 이미지를 만드는 데는 나이키도 큰 역할을 해왔고요. 이번 캠페인에 나이키가 JUST DO IT을 뺀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기존의 메시지와 대립하지 않고 브랜드 메시지 범위를 넓히는 나이키의 변화무쌍한 전략에 박수를 보내고싶네요.
나이키 글로벌 브랜드 마케팅 부사장 멜라니 오거스트(Melanie Auguste)는 이번 ‘Play New’로 건네는 제안이 코로나19 시대에 사람들이 무언가를 발견하고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즐거움을 되찾기를 바란다는 의미”라고 밝혔습니다. JUST DO IT 문구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계속 가져갈 예정이라고 전했고요.
‘JUST DO IT’이 운동장 위 땀 냄새를 진하게 풍겼다면 ‘Play New’는 보다 일상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집 앞 공원 산책로에도 나이키와 함께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스치네요. 더 범위와 많은 웃음기를 더한 나이키의 새로운 메시지 ‘Play New’가 터줏대감 ‘JUST DO IT’의 후계자일지, 새로운 동료일지 앞으로 지켜봐야겠습니다.